빠르게 변하는 암호화 경제 어떻게 진행될까?


 

2017년 11월 1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연내 비트코인 선물계약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제도권 금융에서 가상화폐를 거래수단으로 인정한 첫 상품이다. 국내에서는 가상화폐거래소인 코인원이 세계 최초로 오프라인 거래소를 마련했고, 카카오가 투자한 핀테크(FinTech) 기업 ‘두나무’는 국내 최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오픈했다.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가상화폐 산업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국내외 가상화폐 현황과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박녹선 NH투자증권 연구원

 

 

비트코인, 가상화폐의 서막을 알리다

2017년은 비트코인이 그 어느 때보다도 조명 받는 해였다. 연초에 1000달러 부근이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한때 1만7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고, 거래량 역시 2017년 초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아직 비트코인이 등장한 지 10년이 되지 않은 점을 참작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비트코인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의 페이퍼에서 시작했다. 당시의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 하락과 부정적인 인식이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중앙기관이 없는 개인 간(P2P) 네트워크로 설계했다. 기존 시스템에서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불특정 다수가 신뢰받는 중앙기관 없이 거래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비트코인은 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해결했다. 즉, 비트코인의 핵심은 신뢰받는 중앙기관은 없지만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혁신적인 기술과 2100만 개의 제한된 발행량이라는 희소성 등을 배경으로 비트코인의 거래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은 그 수요의 증가 폭이 특히 크게 나타났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가격은 탄력적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

 

 

알트코인의 등장과 가상화폐 시장의 성장

비트코인의 성공적인 데뷔 이후 다양한 가상화폐들이 등장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는 알트코인(Alternative Coin)으로 통칭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가치저장과 거래수단과 같은 화폐 기능에 초점을 두었다면,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매개체로서의 가상화폐들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예가 블록체인 2.0으로 대표되는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은 ‘비탈릭 부테린’이라는 러시아계 캐나다인이 2014년에 만든 가상화폐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위에서 구동되는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과 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플랫폼이다. 이외에도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위한 가상화폐, 의료 정보를 위한 가상화폐 등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가상화폐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
알트코인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높은 가격 상승을 연출했다. 해외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인 크립토컴페어(Crypto Compare)에 따르면 현존하는 가상화폐의 종류는 무려 1300개가 넘으며, 이들의 전체 시가총액은 대략 35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다만 각각의 시가총액 차이는 편차가 매우 크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으며, 그 뒤를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가 잇고 있다. 방금 말한 3개의 가상화폐 시가총액만 해도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의 85% 수준에 달한다. 나머지 가상화폐들의 시가총액은 미미하지만, 이 중 새로운 강자가 등장한다면 가상화폐 시장의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제도권의 가상화폐 도입 움직임

2017년 가상화폐 시장의 가장 큰 호재로 작용한 것이 제도권의 가상화폐 도입이다. 가상화폐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가상화폐를 공식적인 결제수단으로 인정했고, 가상화폐에 부과하는 소비세도 면제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역시 등록제로 운영되며 2018년부터는 기업의 가상화폐에 대한 회계처리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이는 전 세계 비트코인 통화별 거래량의 60%가 엔화인 이유를 설명해준다. 일본의 이러한 행보는 가상화폐 육성을 통해 암호화 경제의 글로벌 허브가 되려는 움직임이라고 판단된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CME와 CBOE가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했으며, 나스닥(NASDAQ)도 2018년 2분기 중에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할 계획이다. 파생상품 거래소의 경쟁적인 움직임에 따라 2018년에는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화폐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들도 출시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비트코인 선물의 등장은 비트코인 현물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등장 확률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기대를 모은다. 즉, 미국에서는 이미 가상화폐가 실험적인 투자 자산으로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중국과 같이 가상화폐에 대해 폐쇄적인 국가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제도권의 가상화폐 도입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이제 가상화폐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대한민국, 뜨거운 가상화폐 거래 열기

국내에도 2017년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됐다. 국내의 뜨거운 가상화폐 거래 열기는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가 국내의 높은 매수세 때문에 다른 국가의 가상화폐 거래소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2017년 11월 한 달 기준, 비트코인의 거래량 점유율이 가장 높은 통화는 엔화, 달러, 원화 순으로 국내 거래가 3위에 위치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시가총액이 낮은 가상화폐일수록 원화의 상대적인 점유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가총액이 낮은 가상화폐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즉, 국내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높은 가상화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원인은 변동성 투자 상품의 부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인기를 끌던 FX마진, 옵션, 주식워런티증권(ELW)과 같이 높은 변동성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들은 규제로 인해 개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워졌다. 막혀 있던 높은 변동성 투자에 대한 수요가 가상화폐 쪽으로 집중된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가상화폐의 목적과 기술 등도 모르고 단순히 가격만 보고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도 많아졌으며, 가상화폐 인기에 편승해 이를 빙자한 유사 수신 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많은 사회적 문제들로 인해 국내 정부의 규제·감독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가상화폐는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할 대상

가상화폐에 가장 많이 따라붙는 말이 튤립이다.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튤립 한 송이가 1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던 17세기 ‘튤립버블’에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튤립버블로 취급하기에는 가상화폐가 가지고 있는 기술적 배경이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물론 최근 높아진 투기적 수요로 생겨난 버블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 때문에 혹자는 가상화폐를 1990년대에 나타났던 ‘닷컴버블’이 더 적절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튤립버블이 지나간 이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닷컴버블이 지나간 후에는 구글과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남았다. 현재 정보기술(IT) 혁신 기업으로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당장 범용적으로 사용 가능한 단계는 아니다. 아직 거래 확장성을 위해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현재 1300개가 넘는 가상화폐들도 필요성과 중복 여부에 따른 구조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은 새로운 변화의 첫발을 내디딘 단계이기 때문에 가상화폐가 가져올 변화를 단정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비트코인이었다. 지금도 가상화폐들을 매개체로 한 다양한 실험과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또 다른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가상화폐에 대한 접근 역시 높은 변동성만을 좇기보다는 백서(white paper), 로드맵 등을 파악해 기술적인 가능성에 더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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