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CT 컨버전스가 가져올 지금까지와는 다른 디지털금융


 

디지털금융은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다. 앞으로의 디지털금융은 비대면 인증이 활발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곳이 곧 은행이 되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금융은 이전까지와는 다른 신세계를 맞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평가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디지털화폐 등 ‘금융빅뱅’을 일으킬 기술들이 앞다투어 개발되고 있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상황을 금융ICT 컨버전스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인 잭 도시(Jack Dorsey)가 2009년 설립한 미국 핀테크 기업 스퀘어가 은행업에 진출한다고 지난 9월 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도시 CEO는 이날 미국 유타주에 스퀘어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인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스퀘어는 자본금 5600만 달러(약 631억 원)의 ‘스퀘어파이낸셜서비스’를 설립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및 예금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스퀘어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USB처럼 꽂아서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 플러그인 칩을 개발한 회사다. 대부 업체 스퀘어캐피털을 설립해 4만1000여 개 중소기업에 18억 달러의 자금을 빌려주는 등 유사 업종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이는 지난해 말 미국 연방감독청(OCC)이 핀테크 기업들에도 대출 등 금융상품을 팔 수 있도록 은행 면허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힌 후 예상됐던 일이다. 이는 기존에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중국 알리바바·텐센트, 일본 소니·세븐일레븐, 한국 KT·카카오 등 비금융 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한 데 이어 이제 소규모 핀테크 기업들도 은행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앞으로 크고 작은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바야흐로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에 의한 디지털금융 시대가 만개할 전망이다.

 

앞으로 5년 후, 오프라인 금융이 사라진다

급속한 혁명을 거듭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발전하는 ICT들이 디지털금융 시대를 앞당길 금융빅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빅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의 빅뱅을 초래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의 6대 기술은 모바일 스마트폰, 비대면 인증,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디지털화폐다.
스마트폰은 과거 단순한 휴대용 이동통신 전화기에 인터넷 기능이 탑재된 모바일폰을 말한다. 2009년 미국 애플사가 스마트폰을 출시함으로써 스마트폰의 신기원을 열었다. 손안에 인터넷이 들어옴으로써 언제 어디에서나 인터넷이 가능하게 됐다. 초고속 통신망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고 스마트폰의 용량이 커지면서 웬만한 일은 데스크톱 컴퓨터를 벗어나 모바일폰으로 처리가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2014년을 기점으로 세계적으로 데스크톱 컴퓨터 사용자보다 모바일폰 사용자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최근 출시한 삼성전자 갤럭시 S8의 경우 4기가바이트(GB) 용량의 D램과 64GB 용량의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장착했다. 일부 모델은 6GB램, 128GB 메모리를 탑재했다. 앞으로 2025년이면 클라우드를 이용해 용량은 무한대가 되고 전 세계 인구의 90%가 스마트폰을 사용해 언제 어디에서나 초고속 대용량 인터넷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금의 점포 기반 금융은 사라지고 모바일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이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편리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목 좋은 사거리에 버티고 있는 금융기관 건물이 초래하는 높은 고정비용으로는 모바일금융과 경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뱅크 3.0(Bank 3.0: Why Banking Is No Longer Somewhere You Go But Something You Do)>(2012년)으로 유명해진 브렛 킹(Brett King)은 앞으로 5년 정도면 거리의 금융점포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모바일금융의 가장 큰 혜택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이 진출해 있지 않은 농어촌 지역, 금융기관 문턱을 높게 생각하고 있는 저신용 계층,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갓 진출해 신용 경력이 쌓이지 않아서 신용등급이 나오지 않은 사회초년생들에게도 중금리의 ‘포용적 금융’을 가능케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금융은 큰 은행들이 하지만 중소·영세기업, 농촌, 서민 금융에서는 모바일금융이 강자로 부상할 수 있음을 중국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앤트파이낸셜의 마이뱅크는 영업 시작 1년 만에 누적 대출 금액이 492억 위안(약 8조2000억 원)을 기록하고 2015년 영업을 시작한 텐센트의 위뱅크도 소액 대출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3000만 명에게 대출을 제공해 누적 대출 금액이 400억 위안(약 6조6800억 원)에 달하고 있는데 대부분 중소·영세기업, 농촌,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 기반 신용분석과 인공지능 기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가동해 부실여신비율을 2.4% 내외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 오고 있다.

 

 

금융 패러다임은 지금도 변화 중

금융이 모바일 기반으로 바뀜에 따라 자연히 비대면 인증이 중요해지게 됐다. 지문인증, 홍채인증, 정맥인증, 목소리인증 등 다양한 비대면 인증 핀테크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2015년 5월 금융위원회는 ‘비대면 실명 확인 방안’을 배포하고 실명 확인을 ‘복수의 비대면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K뱅크), 카카오뱅크는 복수의 비대면 인증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은행권 비대면 거래 비중이 2002년 59.2%에서 최근에는 90%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비대면 거래이므로 과거와 같은 대면 심사분석이 불가능해 고객의 신용은 고객과 관련된 각종 빅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하기 시작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약 10여 개의 빅데이터를 가동해 3분 이내에 대출 가능 여부와 금리 수준을 결정해 통보한다고 한다. 데이터 규제로 인해 빅데이터라고도 할 수 없는 불과 수십 개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의 실정과 너무 대조적이다. 이와 같은 데이터 사용 규제가 지속될 경우 한국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중금리대출 부실비율이 높아서 인터넷전문은행 자체의 건전성을 위협할 우려도 있다. 데이터 사용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규의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빅데이터 기반 대출자 부도 가능성을 예측하는 ‘부도 차주 조기 감지 시스템’도 구축되고 있다. 비식별 개인정보를 빅데이터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면서 국세청 납부 정보와 부가세 납입 정보 등 외부 데이터를 재가공해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했는지 여부 등을 적용해 사전에 대출자 부도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리스크 모형을 만들고 이를 대출 시 적용하는 방식이다.

 


빅데이터 신용분석의 정도와 속도 제고를 위해 인공지능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대출·연체·카드 정보 등 신용정보 외에 다양한 비금융 정보와 기본적인 분석 모형이 주어지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법으로 고객의 신용을 분석한다. 인공지능이 더욱 발달하면 수많은 데이터만 주어지면 인공지능이 어떤 데이터에 주목해서 어떤 방식의 모형으로 분석해야 하는지도 인공신경망에 의해 스스로 판단하는 딥러닝 기법으로 보다 정교한 신용분석을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신용분석을 통해 중금리 대출이 가능해 금융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도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를 이용한 주식과 채권, 외환 등 자산관리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만든 채팅하는 로봇인 챗봇(chatbot)을 금융에 이용하기도 한다. 챗봇은 모바일 기기에서 인공지능 채팅 애플리케이션의 형태를 통해 고객에게 1대1 대화형으로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날씨, 교통 상황, 여행지, 음식 등 사용자 상황 등 일반적인 정보 외에도 금융이나 보험, 보건의료, 법률과 같은 복잡한 지식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다. ‘금융 챗봇’은 채팅 창에서 마치 실제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질문과 대답을 이어가므로 24시간 동안 자동이체나 공과금 납부 내역의 알림이나 결혼자금 관리 계획 등 개인비서와 같은 역할을 제공한다. 이사를 앞둔 나에게 먼저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하지 않은지 물어보고 내 SNS, 카드 사용내역 등을 자동으로 분석해 신용도를 평가한 뒤 대출 상품과 상환 기간에 맞춘 재테크를 설계해주기도 한다. 최근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에서 고객이 폭증해 상담의 어려움이 호소되기도 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는 상당 부분 챗봇을 이용해 해소가 가능할 전망이다.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한 ‘인공지능 콜센터’를 구축하면 기존 콜센터 상담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간이 제한돼 있지만 인공지능 콜센터는 24시간 가동이 가능해 밤늦은 시간에도 금융상품, 대출 상담이 가능해진다.

 


인공지능 기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도 구축되고 있다. 미국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은 FDS에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자사 이용자 1억7000만 명의 40억 번 결제를 분석해 피싱에 해당하는 건들을 유형화해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5년 기준 페이팔 사기 결제율은 전체 수익의 0.32%. 미국 온라인 시장 평균 사기 결제율인 1.32%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3개년 계획으로 ‘인공지능 기반 차세대 자금세탁방지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의심되는 여러 복합 거래 패턴을 학습시켜 환치기 모델을 만들어 손쉽게 적발하며 종래 2~3개월 걸리던 적발 기간을 2~3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2000만 원 이상 고액 현금거래(CTR)나 자금세탁, 탈세 등 범죄가 의심되는 거래(STR), 외국환거래 정보 등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빅데이터를 이용해 머신러닝, 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로 새로운 자금세탁 패턴이나 유형을 학습하고 지속적으로 찾아내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FIU는 심사분석 과정을 개선해 모형화하고 대규모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하기 위해 필요한 내부 전문 인력(데이터 마이닝, 통계, IT)을 확충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은 직원 300명 중 절반이 데이터 사이언스, 통계 전문가이며, 호주 금융정보분석센터(AUSTRAC)도 직원 250명 중 데이터사이언스 전문분석가 100명이 분석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AUSTRAC는 2013년부터 호주 RMIT대와 함께 ‘복합 금융거래와 조직범죄 네트워크에 대한 데이터마이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2016년 3월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석 기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블록체인으로 안전한 모바일 거래 이뤄질까?

모바일 거래가 안고 있는 취약점인 보안 문제의 획기적인 해결 방법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거래내역을 지금의 금융결제원 같은 중앙집중결제기구가 집중해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로 만들어진 디지털원장을 모든 거래 당사자가 분산해서 보관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해킹을 하려면 모든 거래당사자의 분산원장을 모두 해킹해야 하므로 원천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블록체인을 이용한 글로벌 금융결제 시스템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 개발 스타트업 R3는 ‘R3CEV(Crypto, Exchanges and Venture practice)’라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R3CEV는 지난해 9월 결성돼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UBS 등 연간 25만 달러(약 3억 원)의 회비를 내는 70여 개 금융기관들이 회원사로 가입하고 있다. R3는 기본적인 시스템 설계 및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회원사는 자사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에 연결해 시스템을 테스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선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 시스템을 개발해 해외송금 수수료를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한다. R3CEV는 송금을 넘어 결제, 회사채, 보험, 주식, 부동산 등 8개 영역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거래 안정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금융거래도 확산되고 있다. 시티은행이 디지털화폐인 ‘시티코인’을 개발하고 있고, 골드만삭스는 금융시장과 중앙은행을 디지털화폐로 곧바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세틀코인(SETLcoin)’을 특허출원 해 놓았다. JP모건도 유사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미즈호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거래 시간 단축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싱가포르와 블록체인 거래 시스템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장외 주식시장인 나스닥(NASDAQ)도 지난해부터 비상장 주식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블록체인 거래를 기반으로 등장하고 있는 화폐가 비트코인(Bitcoin), 이더리움(Ethereum) 등 디지털화폐다. 앞으로 사용량이 증가할 경우 지금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종이화폐가 디지털화폐로 점차 대체되면서 통화제도와 국제금융제도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모바일금융과 핀테크라는 파괴적 금융 혁신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금융 혁신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ICT와 금융 융합형 인재 양성, 규제 혁파가 중요하다. 한국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등장하고 있는 신금융에서는 기반이 되는 초고속 통신망 모바일, 반도체 등 하드웨어가 발달해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하드웨어를 이용해 신금융을 창조해낼 창의적 인재 공급 부족, 과도한 금융 규제, 소프트 산업 미발달이 약점이다. 무엇보다 금융 패러다임이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 세계 80위로 낙후됐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는 전통적인 금융에서 벗어나 새 정부를 맞이해 금융ICT 융합 인재 양성과 규제 혁파로 새로운 모바일 기반 금융에서는 세계 선두를 달려 금융 산업도 발전하고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양질의 일자리도 많이 창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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