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전성시대, 해외 금융권의 대응 현황과 전망


 

가상화폐 시장의 약진이 매섭다. 이와 함께 금융IT 분야의 눈부신 발전이 더해져 다양한 금융 서비스들이 탄생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금융 기업은 물론 정보기술(IT) 기업까지 가상화폐를 필두로 한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선점하려는 싸움에 뛰어들고 있다.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해외정보실장

 

 

금융 기업과 IT 기업, 블록체인에 주목하다

금융과 IT가 융합한 핀테크(FinTech)를 통해 결제·송금, 대출, 자산 운용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창출되고 있다. 핀테크 내에서도 블록체인은 금융서비스업 전체를 유지하는 금융거래 인프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전 세계 대형 금융사와 IT 기업이 금융업의 많은 분야에 걸쳐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어, 해당 기업의 동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금융 서비스에서 블록체인의 활용 분야는 미국 대형 금융기관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형 금융기관의 블록체인 활용 사례에는 크게 2가지 조류가 있다. 첫째, 개별 금융기관이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운영 시스템을 개선시키는 시도다. 둘째,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과 복수의 금융기관이 파트너십이나 컨소시엄을 형성해 업계 전체가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공통의 틀을 구축하는 것이다.

 

독자적 가상화폐 채택으로 운영체계 개선

골드만삭스는 2014년 블록체인을 채택해 독자적인 가상화폐 특허를 신청했다. 해당 통화는 ‘세틀코인(SETLcoin)’이라고 불리며, 자산 거래에서 지금까지 청산기관이나 증권결제기관이 담당한 청산이나 명의 변경의 역할을 대체한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최종 완료까지 1∼3영업일이 필요했던 거래가 지금은 거의 실시간으로 처리된다. 또한 세틀코인은 ‘가상 다중 자산 지갑(Virtual Multi Asset Wallet)’ 기능을 지니고 있어 주식이나 채권 같은 증권과 현금 등 다양한 자산의 소유권을 세틀코인에서 관리할 수 있다.
시티그룹은 2015년 블록체인을 채택한 독자 가상화폐 ‘시티코인(Citicoin)’을 개발하고, 국제자금결제에서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는 국제자금결제를 신속하게 전개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시티그룹은 전 세계 각국의 은행과 환율 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경감하고 있다. 또한 JP모건은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인 디지털애셋홀딩스(Digital Asset Holdings)와 공동으로 2016년 초부터 블록체인을 적용한 국제송금의 실증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같은 해 2월에는 런던과 도쿄 간 고객 2200명의 미국 달러화 송금 실시가 성공적으로 검증됐다. 이외에도 JP모건은 스타트업과 공동으로 스마트 계약 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앞으로 금융 서비스에도 본격적으로 활용될지 주목받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2016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으로 블록체인을 금융거래에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양 사는 이후 기술 검증과 시스템 구축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복잡한 사무 절차가 필요한 거래 업무를 블록체인을 이용해 자동화하는 것으로, 거래의 신속화나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파트너십과 컨소시엄을 통한 공통 시스템 구축

금융기관에 의한 블록체인의 컨소시엄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뉴욕이 거점인 ‘R3CEV’다. R3CEV의 컨소시엄은 바클레이스(Barclays), BBVA,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은행(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스위스투자은행(Credit Suisse), 골드만삭스, JP모건,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oyal Bank of Scotland),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tate Street), UBS 등 9개 은행이 초기 회원으로, 2015년 9월에 설립됐다. 이후 국내 금융기관을 포함한 세계 각국 금융기관의 참여가 이어져 현재 60개가 넘는 대형 금융기관의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장점을 극대화한 금융거래 인프라 개발을 목표로 세운 R3CEV는 2016년 4월 다양한 금융거래를 실행하기 위한 플랫폼 ‘코다(Corda)’를 공개했다. 개별 금융기관은 자사의 사업에 따라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코다를 통해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같은 달에는 바클레이스가 코다의 스마트 계약 기능을 파생금융상품에 응용했다. 코다는 중앙관리자가 필요하지 않은 분산형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금융기관의 실무를 고려해 블록체인의 일부 기능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코다에서는 거래 정보의 익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거래의 당사자 외에는 거래 내용을 알 수 없다. 이는 누구나 모든 거래 내용을 참조할 수 있는 비트코인과는 크게 다른 점이다. 아울러 코다에서는 시스템 내 금융 규제 당국의 감독용 계좌를 설정할 수 있다. 규제 당국이 코다로부터 개별 금융기관의 거래 정보를 직접 입수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규제 당국과 금융기관의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

 

기술 발전 속 법과 제도 정비 필요성 대두

향후 금융기관 등이 블록체인을 널리 활용하기 위해서는 거래 처리 능력 향상과 같은 기술 면의 진전이 불가피하며, 관련 법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에 기재된 자산의 소유권 이전이 법적인 소유권 이전으로 승인되는지 등이다. 당분간 기존 서식에 기초한 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하고 블록체인에는 금융거래 정보와 함께 해당 계약서 링크를 보존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후 스마트 계약 보급에 의해 계약 내용이 바로 블록체인에 기재되면 법률적으로 유효성이 논의될 전망이다.
미래에는 통화 당국이 법정통화를 디지털화하고, 블록체인 내 통화의 발행·유통을 전개할 가능성도 있어 현 통화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디지털 법정통화의 발행에는 송금과 결제의 편의성 향상과 함께 통화의 제조, 보관, 수송비용의 불필요라는 장점과 자금 이동의 전자결제 등으로 금융 범죄 방지 등의 장점 등을 수용할 수 있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가운데 영국은행(BOE)은 통화정책의 유효성 향상과 같은 거시경제 편익을 지적하고 있어, 관련 관점에서도 법정통화의 디지털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2016년에 16개국 대형 은행 2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2020년 말까지 블록체인을 상업 기준으로 운용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66%에 이른다.
이후 금융 서비스에서 블록체인의 응용은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블록체인은 기존 금융기관의 중요 사업을 위협하는 동시에 금융 사업의 혁신을 창출하고, 금융기관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보여 구체적으로 블록체인 활용 전략의 설정, 관련 투자, 법과 제도의 정비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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