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에서 현자의 돌을 찾다


 

최근 IT 기술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는 단연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의 개념과 금융IT와의 연관성, 가상화폐과 블록체인의 관계 등 블록체인을 둘러싼 다양한 현황과 가능성에 관해 알아본다.

 


 

정성욱 코스콤 기술연구소 R&D부 과장

작성일 2017년 9월 8일

 

 

1. 서문

한 투자자가 현자라고 불리는 연금술사를 찾아가 고수익을 문의했다. 현자가 답하기를 “영롱한 돌멩이(문자열 : 0x000000…..) 하나를 컴퓨터에서 찾아 장터에서 시세를 알아보라”고 했다. 이를 본 한 IT 개발자는 이내 곧 분산원장이라는 신기술을 알아보고 연구개발실로 황급히 되돌아갔다. 여기서 현자는 비트코인 고안자로 알려진 일명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발명가와 이 기술에 매력을 느껴 기술 확산을 예견한 세계경제포럼이 아닐까 싶다.
최근 시장에서 블록체인이 화제다. 블록체인의 원조 격인 비트코인 신드롬에 힘입어 하늘 높이 치솟는 다양한 가상화폐를 찾는 투자자들이 증가하며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또 그 기반을 이루는 분산원장 기술에 대한 연구 사례와 활용 기대감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 감독기관들은 非법정화폐인 가상화폐에 대해 우려감을 표명하며 투자자의 주의를 촉구하고 있으나, 고수익을 좇는 스마트머니는 빠르게 움직이며 시장을 이끌고 있고 그 결과 가상화폐 유통시장을 합법적 시장으로 이끄는 논의가 한걸음씩 진척을 보여 이제 금속, 곡물 등이 거래되는 것처럼 하나의 상품(commodity)성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술자 진영은 그 기반기술인 분산원장을 오픈소스 생태계를 중심으로 기존 업무에 대한 PoC(Proof of Concept, 개념증명)를 거쳐 제도권 금융기관의 기반기술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블록체인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분명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필자는 본고에서 새로운 개념과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하여 되도록 긍정적 기대감에 무게중심을 두고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을 관찰해 보고자 한다.

 

2. 가상화폐에 대하여

   2.1 이론적 우수성

가상화폐는 전자지갑을 통한 거래내역을 증빙하는 과정에 있어서 네트워크에 참여한 불특정 다수가 증빙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최초로 증빙을 완료한 사용자에게 보상으로 가상화폐 1 Unit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고안되었다. 현자가 말하던 영롱한 돌멩이라 함은 0으로 시작하는 특정 문자열 패턴을 만들어내는 우연의 과정을 말한다. 좀 더 정확하게는 SHA-512 해시함수를 임의로 무한 반복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결과다. 그리고 그 결과를 선행블록과 단단히 동여매어 다시는 위변조가 불가능하게 만든다. 가상화폐는 이 같은 기술적 장치를 토대로 외부 세력에 의한 데이터 위‧변조 및 도용을 막는 대책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2.2 투기성에 대한 경고음

비트코인은 이 같은 방식을 고안한 최초의 가상화폐로 알려져 있고, 그 후 이더리움을 비롯한 수많은 가상화폐가 난립한 상황이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실물화폐와 달리 내재가치가 없으며 오로지 유동성에 의존해 시세가 급등락하고 있어서 전문가들은 투기성에 대해 경고음을 내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도 가상화폐는 신기루라며 절대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동성이 사라지는 순간 가치평가도 0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으며 법정화폐와 달리 그 누구도 가치를 보증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그 유명한 튤립파동이나 린든머니처럼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되던 가상화폐의 기억이 떠오른다. 버블이 팽창하다가 한 순간에 제자리로 회귀한 경우는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은 시장이 팽창하는 시기로 인식하고 있으며 시장 확대는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한 가운데 800종이 넘는 가상화폐들의 총 시가총액이 1천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보도도 있다.

 

   2.3 가상화폐와 유통시장(Trading Venue)

■ 가상화폐 온라인 시장 ‘GDAX’의 메인 화면

차트나 호가창, 시세티커 등이 거래소 모델과 사뭇 동일하다(자료 : GDAX)

그런데 최근 흥미진진한 사례가 등장했다. 먼저 코인베이스(Coinbase)라는 회사는 최근 1억 달러를 투자 받아 기업가치도 덩달아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소위 말하는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이 회사는 미국 뉴욕주에서 가상화폐 취급 라이선스를 취득해 가상화폐 온라인 시장 GDAX를 운영하고 있으며 회원 수 750만 명, 누적 거래량 250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라고 알려져 있으나 호칭과는 달리 증권거래법 상으로는 공식 인가를 받은 거래소 지위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레저X(LedgerX)라는 회사는 미국에서 가상화폐 옵션 거래소 운영에 관한 스왑거래소 지위를 정식으로 인가받아 오픈을 앞두고 있다. 정식 스왑거래소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해킹 사고나 사기를 당할 걱정 없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곧 1~6개월물 상품이 상장되면 가상화폐 투자자는 옵션 포지션만으로도 가상화폐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2.4 가상화폐와 발행시장(ICO)

게다가 최근에는 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화폐공개) 개념이 부상하면서 가상화폐가 크라우드펀딩과 같은 자금조달의 창구로 변모할지 주목받고 있다. ICO는 기업공개 및 상장을 의미하는 IPO처럼 새로운 가상화폐를 초기투자자들에게 일정금액을 받고 모금하는 개념이다. 현행 제도상 아직까지는 공식적 자금 공모의 경로는 아니나 국내외에서 업계를 중심으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만약 ICO와 같은 방식이 채택되어 합법적 자금 공모 시장이 형성된다면,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은 가상화폐 현‧선물 거래 시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상화폐 상품도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가상화폐를 편입하는 ETF 펀드 등이 등장하여 가상화폐에 관심은 있었으나 투자를 망설이던 투자자들을 양지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가상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은 더욱 크게 증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내외 감독기관은 현행법 위반이라며 자금 공모 시장에 가상화폐 활용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입장이어서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인다.

 

   2.5 제도권 동향

비트코인은 마약거래, 돈세탁, 테러자금 등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많고 가상화폐를 빌미로 한 금융사기도 잇따르고 있어서 각국 중앙은행이나 사법당국에게는 골칫거리다. 미국 뉴욕주는 이미 2015년에 비트라이선스라는 개념의 제도를 가장 먼저 시행해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하려면 주 당국의 인가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 목적은 인가제를 통해 건전한 시장 참여자들의 투명한 거래를 독려하고 안전한 금융시장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코인베이스의 GDAX 거래소도 상기 라이선스를 취득한 경우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관련법 개정을 통하여 가상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포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선진국 사례와 유사할 것이고 기존 금융기관에 준하지만 조금은 완화된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규제로 인해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와 규제 도입 결과 오히려 안전한 시장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교차하는 가운데 규제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3. 분산원장에 대하여

   3.1 진정한 연금술은 분산원장 기술에 있다

시장에서 가상화폐 열기가 뜨겁다면 전통적 금융권에서는 그 기반 기술인 분산원장 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선도 금융기관들은 분산원장 기술에서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봤다. 골드먼삭스는 세틀코인이라는 특허를 출원하며 결제시장 선점을 노렸고 나스닥은 비상장주식 거래시장을 아예 분산원장 기반으로 구축하는 등 스타트업, 오픈소스 진영과 공동으로 초기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분산원장 기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계약은 계약 이행조건을 사전에 명시해 두었다가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이행되는 방식으로, 현금, 증권 등 각종 권리가 투명하게 거래될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을 프로그램언어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계약 내용을 분산원장에 저장해 제3의 공증기관 없이도 다자간 인증으로 효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성능을 비롯해 개인정보보호, 보안, 분산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요소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행히도 이 같은 기술적 제도적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리더 그룹이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이퍼레저(Hyperledger), R3, DAH 등이 있다.

 

   3.2 R3의 Corda : 금융사 중심

R3는 골드먼삭스, JP모건 등 42개 금융사가 출자한 회사로 자체 분산원장 코다(Corda)를 개발해 오픈소스로 발표했다. 스마트계약 처리 등 추구하는 바가 하이퍼레저와 크게 다를 바 없어서 기술적 경쟁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초기 멤버가 이탈하기도 했으나 꾸준히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여름 BBVA, HSBC, RBS, 미즈호 등 유수의 은행과 공동으로 무역금융 업무에 대한 파일롯을 마치고 싱가포르 해운사와 공동으로 내년을 목표로 실 업무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3.3 Hyperledger 오픈소스 : 기술 중심

R3의 코다와 어깨를 맞대는 하이퍼레저는 IBM과 리눅스재단을 주축으로 여러 금융기관이 동참하는 대규모 오픈소스 개발 프로젝트이다. 얼마 전 기반 아키텍처를 구성하는 Hyperledger-fabric v1.0 정식 버전을 출시하고 지속적인 기능 확장을 꾀하고 있다.
지난 8월 31일에는 DBMS 최강자 오라클 합류 소식이 보도되었다. 필자는 난제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분산원장 DB 트랜잭션 처리 및 관리 문제가 혁신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 기대를 해 본다.

 

   3.4 DAH(Digital Asset Holdings) : 거래소 중심

DAH는 호주거래소, 독일거래소, 시카고상품거래소 등 글로벌 주요 거래소가 참여해 설립된 회사로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전 세계 거래소 산업의 기술혁신을 이끌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하이퍼레저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기술 전도사 역할은 물론이고 풍부한 인적 역량으로 미국 예탁결제원과 분산원장 기반 청산솔루션 PoC, 호주거래소 차세대를 위한 매매사후처리 업무 파일럿 등 글로벌 거래소를 대상으로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분산원장의 활용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우수한 기술적 역량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 마이크로초 이내에 매매 체결을 원하는 증권시장 특성상 정규 시장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기술적 과제가 많아서 비교적 영향이 덜한 후선업무나 비상장 증권 거래시장에서 먼저 시도되고 있다.

 

4. 블록체인에서 현자의 돌을 찾는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발달한 가상화폐는 경제학자들의 우려처럼 비록 이론적으로는 내재가치는 없으나 엄청난 글로벌 유동성을 기반으로 나름의 유통시장이 형성되었다. 지속 가능 여부나 지속 가능 기간은 알 수 없지만 적절한 제도가 마련되면 적어도 좀 더 성숙한 투자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점은 기대해 볼 수 있겠다.
한편 가상화폐도 가상화폐지만 그 근간을 이루는 기반기술인 분산원장 기술의 고도화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활용 가치를 찾아야 한다. 가상화폐와 달리 분산원장은 실물 금융 경제 시스템을 논하고 있다. 아직은 실험적 단계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성능을 비롯한 여러 기술적 문제와 난관을 해결해 나갈 때 더욱 안전한 금융 시장을 구축할 핵심 IT기술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가상화폐로 시장의 관심이 고조된 환경을 적극 활용해 분산원장 기술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필자는 블록체인의 진정한 연금술은 가상화폐 개발자가 임의로 정한 프로그램 알고리즘 상의 퍼즐을 우연히 풀고(마이닝으로 알려진 과정) 얻은 일종의 게임머니를 운 좋게도 매각해서 법정 통용화폐를 얻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분산원장과 같은 신기술을 활용해 금융IT 인프라를 이루는 기반 기술의 고도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자는 분명 분산원장 기술이 안정화되고 상용화되어 해킹, 피싱 및 금융사기, 탈세, 불법 자금 송금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금융 소비자 천국의 시대를 예언하고 있을 것이다.

 

* 본 기고문에는 필자의 주관적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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