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의 성과와 향후 발전 방안


 

금융의 디지털화, 즉 핀테크(FinTech)는 제4차 산업혁명을 위한 인프라로서 집중적 육성이 필요하다. 핀테크 육성 정책의 주안점을 살펴본다.

 


 

 

글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겸 서강대 교수

 

한국 핀테크 산업의 현황 

우리나라의 핀테크 산업은 그 시작은 늦었지만, 업계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금융시장은 물론 일반 개인들도 핀테크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2015년 11월 핀테크 설문조사 결과에서 일반 국민의 66.3%가 핀테크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관계자들 74.2%가 정책적 노력에 대해 만족한다는 것이 하나의 예다.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 육성의 기폭제는 2015년 1월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IT금융 융합 방안’과 5월의 ‘핀테크의 단계별 추진 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전자금융업자의 금융시장 진입장벽을 대폭 완화한 것과 금융 규제 방식을 ‘사전규제에서 사후관리’로 바꾼 것은 이전엔 생각하기 힘든 파격적 조치였다고 본다. 특히 사전예방보다 사후관리에 방점을 두겠다는 건 일종의 패러다임 시프트다. 대표적 조치로 감독원의 사전보안성 심의제도 폐지를 꼽는데, 이로써 금융사로 하여금 공인인증서 외에 다른 보안 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또 핀테크가 신산업인 만큼 생태계 조성도 중요한데, 핀테크지원센터와 투자지원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핀테크지원센터는 핀테크 기업과 예비창업자의 수익모델에 대한 자문, 금융사와의 연결 역할을 해 왔고, 투자지원 시스템으로는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펀드 투자를, 그리고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이 특별보증제를 통해 핀테크 업체 대출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일반 개인들이 피부에 와 닿은 핀테크는 각 금융권역별 시금석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크라우드펀딩, 보험다모아(온라인 보험슈퍼마켓)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는 은행, 저축은행들의 비대면 계좌, 생체인증, 모바일 고객 유치 경쟁을 유도하는 등 소위 ‘메기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지난 4월 초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2주 만에 비대면 계좌 20만 개를 개설해서 돌풍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크라우드펀딩의 개시도 업계의 추가 활성화에 대한 목소리는 있지만, 일단 많은 중소 벤처기업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보험다모아도 이제껏 제대로 비교할 수 없던 보험 상품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험사 간 경쟁과 시장 효율화를 예고하고 있다.

 

2015년 금융위원회가 개설한 보험다모아는 일반 소비자의 피부에 와닿는 대표적인 핀테크 사례로 꼽힌다.

 

핀테크업계의 변화 사례

금융당국의 전향적 정책에 따라 핀테크업계도 많은 변화를 보여줬다.
첫째, 핀테크 업체 수가 1000여 개로 늘어나고, 중심 역할을 해 왔던 핀테크 포럼 회원도 채 2년이 안 돼서 300여 개를 넘어섰다. 그만큼 신규 고용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신산업이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둘째, 금융사들이 핀테크 업체와 제휴해서 핀테크 서비스를 활용하기 시작한 점은 특히 중요한 변화이자 성과다.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는 지난 한 해 간편 송금 이용 건수가 분기마다 거의 배로 급증했고, 이젠 은행송금업의 80%를 맡을 정도다. 또한 해외로부터 높은 배수의 자금 조달에도 성공했다. 은행의 전유물이었던 외국환 거래에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가 참여하는 것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의 사례다.
셋째, 금융사와 경쟁하는 핀테크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개인 간(P2P) 대출 업체가 대표적 사례. 중금리 시장을 타깃으로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과 경쟁하게 되는 만큼 중금리 시장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저소득, 소상공인 등에게 대출금리 하락과 수수료 절감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게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이다.
핀테크지원센터도 핀테크 업체와 산업 발전을 위해 나름 기여했다는 평가다. 핀테크 기업들과 금융기관과의 만남의 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2015년 3월 31일 개소한 이래 지난 2년 반 동안 555개의 핀테크 회사들을 멘토링했고, 그중 39개 업체는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금융사와 업무협약(MOU) 체결을 연결해줬다. 특히 해외 네트워크가 거의 없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해외 데모데이 개최를 통해 해외 금융기관, 해외 투자자들에게 소개함으로써 이들의 해외 진출에도 나름 기여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런던, 싱가포르, 베이징 등 해외 6곳에서 데모데이를 펼쳤고, 특히 7월 런던에서 개최된 ‘코리안 핀테크 데모데이’는 세계 금융 중심지인 런던에서 개최된 데다 3회째를 맞이한 한·영 금융포럼에서 핀테크를 한·영 협력 모델의 하나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꽤 의미가 있다.

 

2015년 문을 연 핀테크지원센터는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 육성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핀테크 발전과 육성 정책의 포인트 

그럼 향후 핀테크는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한마디로 최근 화두 중의 화두가 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로서 더욱 집중적인 육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많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인터넷·모바일 기반,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로봇, 3D 프린팅 등으로 특징 지워진다. 그중에서도 인터넷·모바일 기반은 소비자와 생산자를 디지털 플랫폼상에서 직접 연결한다는 점에서 중개업자를 없애는 유통 혁명의 성격을 갖는다. 특히 유통산업 중에서도 무형이어서 생산과 배달 시간이 필요치 않은 금융업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럼 제4차 산업혁명은 금융업을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까. 한마디로 금융의 디지털화, 즉 핀테크를 한층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왜냐하면 제2차 인터넷 시대의 도래, 즉 개인용컴퓨터(PC)에서 모바일 기반 시대로 바뀌면서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나 중간 업체 없이 생산자와 바로 만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모바일 플랫폼상에 금융 서비스를 공급하면 금융사의 공간 비용, 인력 비용을 절감하고, 금융 서비스 시간도 줄일 수 있는데, 굳이 금융사의 많은 지점과 인력을 다 가져갈 필요가 없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성격 중 하나가 디지털화(Digitalization)라고 보면 금융도 디지털화, 즉 핀테크가 필연적 대세인 셈이다.
이를 반영해서인지 최근 제4차 산업혁명 얘기가 나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핀테크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해서 영국을 거쳐 중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데다 그 영역도 결제, 송금, P2P 대출 등 뱅킹뿐 아니라 자본시장의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인슈어테크(InsurTech)로 대변되는 보험핀테크까지 금융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새 정부를 맞아 제4차 산업혁명을 돕기 위한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핀테크 육성 정책이 나와야 될 시점이라고 본다. 특히 주안점을 둬야 할 포인트를 몇 가지 살펴보자.

 

핀테크지원센터는 핀테크 데모데이를 통해 해외 핀테크 육성기관과 MOU를 맺기도 했다. 왼쪽부터 정유신 센터장, 정연대 코스콤 대표, 임종룡 금융위원장, 알렉스 스캔듀라 스톤&초크 대표, 빌 패터슨 주한 호주대사.

 

첫째, 뱅킹 부문의 인터넷전문은행 돌풍과 열기를 여타 금융권역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자본시장은 순간순간 가격 변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손 안의 모바일 금융, 핀테크와 궁합이 잘 맞는다. 우선 도입된 지 1년 반 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은 나름 별 사고 없이 정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 업계에서 요청하는 투자 한도 및 발행 업종 제한 등에 대한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할 만하다. 크라우드펀딩은 불특정다수의 투자자들이 십시일반 참여해서 투자뿐 아니라 마케팅, 홍보효과까지 겸하고 있어 중소 벤처를 활성화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 수단으로도 제격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테스트를 마친 로보어드바이저도 비대면 판매 허용 등 전향적인 제도 개선이 요청된다. 은퇴자금 운용 수요와 저금리 때문에 인력을 적게 써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수요가 갈수록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에서 경쟁력을 갖출 경우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 해외 진출은 물론 글로벌 브랜드를 얻을 수 있다.
둘째, 제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지만 핀테크가 2단계로 점프하려면 빅데이터 구축과 보안 산업 육성이 필수다. 우선 빅데이터는 핀테크에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인프라다. 대출, 증권, 자산 운용, 보험 등 활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보안 산업도 핵심 인프라다. 보안이 취약하면 정보 유출 위험 때문에 혁신적인 핀테크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 완화와 함께 블록체인 등을 포함한 보안 산업 육성책이 본격화돼야 한다. 또 개인정보에 대해 보다 유연한 해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정보’라고 하면 휴대전화번호도 개인정보에 포함될 만큼 범위가 넓어서 다른 국가에 비해 보안 부담이 크다.
셋째, 핀테크 생태계 조성의 핵심인 투자, 즉 핀테크 업체의 자금 조달이 성장 단계별로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현재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창업 초기 단계에선 에인절투자 등 종잣돈 마련이 이뤄지는 편이지만, 그 이후에는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아 죽음의 계곡을 헤매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왜냐하면 추가 자금 조달의 전제조건인 매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은행 등 금융사들이 출자한 펀드, 예컨대 성장사다리펀드의 적극적인 핀테크 투자를 통해 은행과 핀테크 업체의 매출 계약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바람직한 방안 중 하나란 생각이다.
넷째,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관련 업계의 재교육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인공지능 등이 적극 활용될 것이기 때문에 고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머신러닝, 인공지능을 하나의 툴(Tool), 도구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기존 인력과 이들 도구를 하이브리드 결합해서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나머지 잉여 시간을 다른 상품 내지 수익모델 개발에 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노동생산성 제고를 현실화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업계 인력의 재교육이다. 즉, 머신러닝, 인공지능 활용은 물론 신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교육 확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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