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ICT 정책,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와 기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새 정부 출범을 맞아 금융IT에도 큰 변화가 예고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기점으로 한 은산분리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 공인인증서 폐지와 블록체인 도입 등 금융 보안에 관한 변화에도 관심이 뜨겁다. 새 정부와 금융IT 정책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기대를 들어보았다.

 


 

글 이준관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왼쪽부터 차의과학대학교 경영대학원 부원장 이영환 교수, 자본시장연구원 조성훈 금융산업실장, 금융결제원 금융결제연구소 박정국 팀장.

 

새 정부 ICT 정책과 현장의 변화

조성훈 실장(이하 조성훈): 먼저 새 정부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4차 산업혁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는데, 각자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변화가 있습니까?
이영환 교수(이하 이영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일단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은 게 문제지만.
박정국 팀장(이하 박정국): 아직은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서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대선 공약집 내용대로라면 금융 산업 육성보다는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 같습니다. 대표적인 공약으로 소비자보호기구 설립 및 ‘소비자보호법’ 제정, 금융 수수료 적정성 심사제도 도입 등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답답함이 느껴질 만한 정책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영환: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금융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를 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달라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금융 정책에 폭넓은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금융 규제가 획기적으로 풀려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금융 규제가 금융기관만 보호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 보호는 하지 못했죠. 금융기관이 정부 방침을 따르기만 하면 면죄부가 주어지는 안일한 영업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두는 건 굉장히 좋은 일입니다.
박정국: 지난해 12월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대책을 발표했고, 3월에는 금융위원회의 제4차 산업혁명 태스크포스팀(TFT)이 출범하는 등 활발하게 제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은 정책당국, 금융사, 소비자가 모두 공감할 수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로 최근에 정부에서는 규제 완화를 표방하면서 핀테크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사에서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사가 핀테크를 통해 소비자의 편의성 제고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비용 절감, 수익 창출이 가능할 때 관련 투자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이영환: 이전에도 듣기 좋은 정책 구호들은 많았지만 실제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새 정부에서는 금융 정책에 변화를 시도하는 것 같아서 기대되는데, 결국에는 내실 있는 계획과 운영 여부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조성훈: 아직은 가시적인 변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고, 부처 장관이나 책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상황이라 판단이 이른 시점인 것 같습니다.
이영환: 동감입니다. 다만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해 올바른 변화 방향이 설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습니다.

 

 

주목하는 공약과 정책

조성훈: 새 정부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공약이나 정책 중 특별히 주목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공약집을 관심 있게 살펴봤는데, 저는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나와야 판단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영환: 새 정부의 공약이 새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두고, 금융 규제 인허가 과정을 개선해서 금융 장벽을 개선한다거나, 사전규제보다는 사후관리를 강화한다는 내용은 예전에도 있었죠. 저는 우리나라가 영국식 개혁을 본받았으면 합니다. 2008년 금융 개혁 때 규제를 처리하는 금융감독청 등을 모두 영국 중앙은행(BOE)에 두었는데, 이를 통해 규제 기관은 민간단체 역할을 하게 됩니다. 법적 권한이 없어지죠. 규제 방식도 자연스럽게 사후 규제가 될 것이고. 한 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봅니다.
조성훈: 영국에서는 2000년에 ‘금융 서비스 및 시장법(Financial Services and Market Act 2000, FSMA2000)’을 만들고 은행과 보험, 증권 등의 경계를 허물었죠.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는 그 체계가 최고인 줄 알았던 때도 있었죠. 그러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소비자 보호를 포함한 행위규제에 비하여 금융기관 건전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일어났습니다. 한국은 어느 면에서는 반대의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금융회사에 대한 자본규제를 중심으로 한 건전성규제에 비하여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부분이 취약했던 측면이 있었고, 그 결과 소비자 보호를 포함한 행위규제가 강조되는 분위기로 온 거죠. 그래서 저는 영국의 방식을 따르는 게 옳은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박정국: 저는 공인인증서 폐지에 관한 부분에 관심이 있습니다. 금융결제원이 공인인증기관 중 하나이고, 특히 금융서비스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인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최근에 공인인증서에 대한 문제점만 부각되고 있는데, 분명 장점도 있거든요.
이영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인인증서는 기술적으로 나쁘지 않아요. 액티브X가 문제죠. 국민이 선택할 권리를 없애는 거니까. 금융당국에서도 다른 인증 체계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방치한 면이 있었죠. 금융사들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이고.
박정국: 금융사가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소비자 편의성보다는 사고 방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만큼 손실이 크기 때문이죠. 사고 방지도 소비자 보호의 한 부분이고, 실제로 금융사에는 ‘557규정’이 적용되고 있어서 전체 인력의 5%는 정보기술(IT) 인력, IT 인력 5%는 정보보호, 전체 IT 예산 중 7%는 정보보호 예산으로 배정하게 돼 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 금융사의 사고 발생 비율은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봐도 현저히 낮은 편이고요.
이영환: 공인인증서의 누적된 노하우나 소비자 경험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건 저도 반대합니다. 법규를 제대로 만들어서 탄력적으로 사용하고, 공인인증서 외에도 소비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서 더 강력한 보안 체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금융 산업의 변화 예측

조성훈: 앞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 금융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계신가요?
박정국: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빅데이터(Big Data)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도 공공 빅데이터 센터를 설립하고 공공 분야의 빅데이터 개발과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금융 거래와 직접 연관된 정보들을 통계로만 여겨왔는데, 지금은 빅데이터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금융 거래도 유통 등 여러 서비스가 결합되는 형태로 변하고 있어서 빅데이터 연구가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조성훈: 자본시장을 연구하는 제 입장에서 제4차 산업혁명에 가장 가까이 있는 개념은 빅데이터와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AI)입니다. 지난해부터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에 대한 시도가 활발한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직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빅데이터가 자본시장에 가시적으로 가까이 와 있다는 느낌은 듭니다.
이영환: 그런데 빅데이터도 규제를 풀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모든 개인정보를 막아 버리면 빅데이터가 가능할까요? 데이터가 유통되지 않는데. 세계적 흐름은 자기 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갖게 하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차단할 정보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게 하죠. 데이터를 유통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잘 기억해야 합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들은 이미 소비자들에게 그런 권리를 주었죠.
조성훈: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블록체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영환: 금융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보안과 소비자 신뢰라고 봅니다. 여기에는 공개키기반구조(Public Key Instructure, PKI)의 공인인증서와 블록체인 기술이 있습니다. 지난해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는 미국의 인증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사회보장번호체계에 한계가 왔다는 것이죠. 디지털 인증 체계 도입을 두고 블록체인과 PKI를 비교합니다. 결국 MIT에서는 PKI 기반으로 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 공인인증서 시스템이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PKI 방식에 익숙한 반면, 블록체인은 이제 시작하는 방식이라 아직 표준화가 되지 않은 단점이 있죠.
박정국: 금융권에서도 블록체인 구축 작업이 쉽지 않은데, 정책당국에서는 블록체인 간의 상호연동되는 인증 시스템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호환성 확보나 블록체인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서 실현 가능성을 점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감독당국에서는 지금까지 전용선 기반으로 금융 거래를 해 왔던 방식을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한다면 추가적인 보안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검토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성훈: 현행 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이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없던 서비스를 새로 시작하면서 거기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방식이 합당하다고 봅니다.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에서는 거버넌스(지배체계)를 만들어야 운영이 가능하겠지만, 각 기관 간에 합의가 얼마나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환: 하지만 블록체인은 우리 생각보다 빨리 도입될 겁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때문이죠. 거기 몰리는 자본이 엄청납니다. 그게 분명히 원동력이 될 겁니다. 거기서 시장이 형성되면 기존의 체계를 크게 바꿀지도 모릅니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

조성훈: 새 정부의 금융과 IT 정책에 대해 바라는 점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우선 정부가 금융 IT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정부의 역할은 산업을 ‘육성’하는 것보다는 산업이 스스로 육성·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제도나 규제의 불확실성을 없애주고, 제도적 기반이 없으면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죠. 또한 금융IT에서 과도한 규제가 가져올 수 있는 역효과를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강력한 진입 규제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기존 사업자들에게 일종의 경쟁으로부터의 보호막을 제공하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 사업자들이 혁신을 해야 할 유인을 갖기 어렵습니다. 금융IT 혹은 핀테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혁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등장해서 기존의 판을 흔들어야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기술기업이 금융산업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할 때가 왔다고 봅니다.
이영환: 저는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이 금융권에 대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활동을 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박정국: 현재 IT 기업을 포함한 비금융 회사의 금융업 진출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까? 정부에서는 권장하고 있는데, 기존 금융 산업 수준으로 육성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보들이 활발하게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개인 간(P2P) 거래만 보더라도 대출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관리수준은 높지 않아 피해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계좌, 블랙리스트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되고 정책적 효과도 나타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영환: 데이터 공유는 좋은 생각이지만, 일단 ‘개인정보보호법’에 문제가 됩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실제 산업이 운영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가 모든 정보를 차단하는 지금의 은산분리나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완화해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좌담회 참석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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