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인식 가상비서의 진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라 음성인식 가상비서가 홈 어시스턴트에서 진정한 개인비서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내놓은 놀라운 음성인식 가상비서 서비스를 소개한다.

 


 

글 송지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방금 찍은 사진을 엄마에게 문자로 보내줘.”

최근 TV 광고에서 나오는 한 장면이 더는 신기하지 않다.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음성인식 가상비서’ 서비스는 우리의 품 안으로 조용히 들어왔다. 음성인식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마치 실제 비서처럼 개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의하면, 음성인식 가상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치 수가 2016년 180만 대에서 2020년에는 1,510만 대로 8배 이상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6년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판매 성과에서 음성인식 가상비서 기기가 가상현실(VR) 기기와 드론을 밀어내고 최다 판매를 기록한 것은 이러한 성장세를 방증한다.

 

 

글로벌 기업의 가상비서 서비스 각축전

음성인식 가상비서 시장을 가장 먼저 개척한 기업은 미국의 아마존이다. 2014년 아마존은 ‘아마존 에코(Amazon Echo)’를 미국과 영국에 출시해 2017년 1월 현재까지 800만 대 이상을 판매했다. 아마존 에코는 ‘홈 어시스턴트’로 사용자가 음성 명령을 내리면 집 안의 전등, 전원, 난방, 블라인드 등 스마트 홈 기기를 제어한다. “알렉사, 부엌 전등을 켜줘”라고 말하면, 아마존 에코는 부엌의 스마트 전등에 명령을 보내 실제로 불을 켜준다. 스마트 홈 기기를 제어하기 위해 아마존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스마트 홈 기기 제조사에 제공한다. 스마트 기기 제조사는 아마존이 공개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이용해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스킬(Skill)’을 개발하고 이를 아마존 클라우드에 등록한다. 아마존 에코는 아마존 클라우드에 연결된 스마트 기기를 이러한 스킬로 제어한다. 2017년 2월 기준으로 아마존 클라우드에 등록된 스킬 개수가 1만 개를 돌파했다. 이는 아마존 에코를 통해 수많은 스마트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아마존 에코는 스마트 기기 제어뿐만 아니라 질의응답 서비스, 음악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왼쪽부터 아마존 에코, 휴대성을 강조한 아마존 탭, 콤팩트한 아마존 도트.

 

아마존 에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무기는 홈 어시스턴트 시장을 선점해 많은 스마트 기기 업체와 활발한 협력이 이루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 스마트 기기 제조사는 아마존 에코로 만들어진 홈 어시스턴트 생태계에 참여해 스마트 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기존 기기에 네트워크 모듈과 동작을 제어하는 장치만 추가하고 스킬을 제작해 아마존 클라우드에 등록하면 바로 스마트 기기로 전환할 수 있다. 집 안에서 사용하는 기기를 만들던 기존 중소업체들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기회를 손쉽게 가져다준 셈이다. 그러나 아마존 에코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고정된 스피커 형태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동성이 떨어진다. 물론 집 안에서만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휴대성과 이동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마존은 이동성을 강조한 ‘아마존 탭’을 출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글은 2016년 11월 ‘구글 홈(Google Home)’을 출시하면서 아마존에 승부수를 던졌다. 구글은 세계 최대의 검색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글 검색 서비스로 무장한 음성인식 가상비서로 경쟁자들과는 차별화된 지식 기반 서비스가 가능하다. 일기예보, 교통, 금융, 스포츠 경기 결과 등 다양한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다. 특히, 이전 질문을 기억하고 답을 주는 ‘스마트한 답변’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우주에는 몇 개의 별이 있는지 알려줘”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후, “그중 가장 가까운 것은?”이라는 사용자의 연이은 질문에도 답을 할 수 있다. 참고로 아마존 에코의 경우는 모든 질문을 독립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문맥을 고려한 답변은 불가능하다. 또 다른 유리한 점으로 20억 기기에서 사용되는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들 수 있다. 이미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통해 구글 어시스턴트나 구글 서비스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을 구글의 음성인식 가상비서 서비스에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구글 검색 서비스로 무장한 구글 홈.

 

애플은 2011년 음성인식 가상비서 ‘시리(Siri)’를 아이폰에 탑재했다.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으로 시리의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하고 싶어도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들은 시리를 이용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서비스였다. 그러나 아마존과 구글의 홈 어시스턴트 시장 선점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 애플은 2016년 6월 시리 SDK를 공개해 누구나 음성지원 앱을 개발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음성인식 가상비서 시장에 적극 참가해 생태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2016년 9월 ‘애플 홈킷’을 탑재한 iOS 10을 발표하고 홈어시스턴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이폰으로 애플 홈킷을 지원하는 스마트 홈 디바이스를 제어할 수 있으며, 특히 “영화신=커튼을 닫고 조명을 낮춰”와 같이 ‘신(Scene)’을 정의해 놓으면 일련의 동작을 한번에 할 수도 있다. 2017년 6월 애플은 아마존 에코나 구글 홈과 같은 ‘홈팟(HomePod)’을 발표하면서 홈 어시스턴트 시장의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7년 6월 공개된 애플의 홈팟.

 

국내의 경우 이동통신사업자 중심으로 음성인식 가상비서 개발이 활발하다. SK텔레콤이 2016년 9월 ‘누구’를 출시하면서 국내 음성인식 가상비서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이동통신 플랫폼과 한국어 지원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해외 서비스와 차별성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또한 국내 토종 인터넷 서비스와의 협력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업체로는 네이버가 적극적이다. 2016년 10월 ‘아미카(AMbient Intelligence Connects All, AMICA)’ 개념을 공개하면서 음성인식 가상비서의 대상을 스마트 홈뿐만 아니라 커넥티드카, 웨어러블 기기에까지 확대해 나가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삼성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아틱(ARTIK)’과의 협력은 사물인터넷 시장과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또한, 2017년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Mobile World Cogress)에서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LINE)은 AI 플랫폼 ‘클로바(Clova)’를 발표했고, 이를 두뇌로 사용하는 음성인식 가상비서 ‘웨이브(WAVE)’를 2017년가을에 출시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로는 삼성전자가 2017년 3월 갤럭시S8을 공개하면서 음성인식 가상비서인 ‘빅스비(Bixby)’를 가지고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삼성은 음성인식 가상비서의 핵심인 인공지능 기술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16년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랩스(VIV Labs)’를 전격 인수했다. 예전의 음성 명령은 일정한 패턴에 맞아야 실행됐지만, 빅스비는 이 부분에서 좀 더 자유롭다. 아직 스마트 홈 기기를 직접 제어하지는 못하지만 2014년에 인수한 ‘스마트싱스(SmartThings)’의 스마트 홈 플랫폼과의 연동으로 시장 잠재력은 크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다. 음성인식 가상비서 역시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될 것이다. 누구나 개인비서를 둔 것과 같은 가치를 제공받을 것이다. 약속을 잡아주고, 약속 시각을 알려주고,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택시 예약도 모두 가상비서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업무 환경 역시 빠르게 변할 것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더는 직관에 의지하는 도메인 전문가의 몫이 아니다. 이제는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가상비서의 도움을 받아 누구나 전문가 수준에 버금가는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 영화 <아이언맨> 속 음성인식 가상비서 ‘자비스’의 주인이 되는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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