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상담원보다 똑똑한 상담 서비스 가능할까?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각 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건 역시 금융권이다. 특히 챗봇(Chatbo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올해를 기점으로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금융권 전방위적으로 챗봇을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가 금융권 챗봇 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글 유태준 마인즈랩 대표

 

챗봇은 쉽게 말해 ‘채팅하는 로봇’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화형 엔진을 일컫는다. 챗봇을 도입하면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뒤 해당 정보를 직접 찾지 않아도 된다. 챗봇과 대화를 통해 궁금한 것에 대한 정보를 직접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복잡하지 않게 대화를 통해 즉시 제공받을 수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24시간 고객 서비스를 이어가는 동시에 상담원의 감정 노동을 경감시킬 수 있다. 금융권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서 챗봇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낯선 이름, 익숙한 플랫폼 챗봇

챗봇이라는 용어는 사실 최근에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구글이 모바일 메신저 앱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를 뜨겁게 달군 것을 시작으로 당시만 해도 모호하던 ‘챗봇’이라는 개념이 비즈니스적 실체를 띠고 수면 위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그다음 해 4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개발자 회의 ‘F8 2016’에서 “페이스북의 미래는 메신저에 있다”고 주창하며 챗봇 기능을 갖춘 메신저에 본격적으로 집중할 것임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챗봇이라는 용어는 다소 새로울지언정 개념의 실체는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메신저 형태의 대화형 플랫폼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챗봇을 잡아야 시장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올해 1분기 기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수가 전체 국민의 80%에 이른다. 보수적이라 일컬어지는 금융권이 챗봇 도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영업점 창구에서 모바일로 향하는 변화의 흐름을 무시하기에는 그 흐름의 속도와 기세가 매우 거세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의 등장으로 비대면 서비스 및 채널 확장이 시급해졌다. 거기에다 저금리와 예대마진 저하, 인터넷전문은행 및 핀테크(FinTech) 업체의 등장 등으로 인해 심화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챗봇을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을 접합한 비대면 서비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내 금융권 가운데서는 은행이 활발하게 챗봇을 도입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각 은행이 내세우는 차이점이 있지만, 그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카카오톡과 같은 외부 메신저나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계좌 이체, 잔액 및 거래내역 조회 등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일부는 음성인식이나 자연어 대화 처리가 가능한 실제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완성된 ‘인공지능 챗봇’ 형태로 보기는 어려운 챗봇도 상당수 눈에 띈다. 다만 은행의 기존 모바일 앱이 아닌 외부 메신저에서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등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바가 있다. 이 외에도 보험이나 카드업계 역시 챗봇 도입과 검토를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불완전한 챗봇,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금융권 곳곳에서 챗봇 등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확장에 한창이지만, 아직은 진정한 의미의 ‘챗봇’ 수준에 이르기에는 갈 길이 멀다. 금융권에서 도입한 대부분의 챗봇은 저장된 데이터에서 키워드를 찾아내 유사한 답변을 추출하는 통계 기반의 시나리오 챗봇으로, 기존의 자동응답 기능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는 데 그친다. 다양한 질문에 답변하는 능력도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않다.

왜 챗봇이 이처럼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이는 지금까지 금융권에 도입된 챗봇이 QA(Question-Answering) 엔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QA란 말 그대로 질의응답을 뜻하는 용어로, 질문이 들어왔을 때 이에 대한 답변을 해내는 인공지능 엔진을 뜻한다. 기존에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사용자 질문이나 질문 패턴과 일치하는 QA 쌍을 탐지한 뒤 답변을 구현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살린 QA는 단순히 데이터베이스에서 규칙 기반으로 답변을 탐지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축적된 빅데이터(Big Data)를 스스로 학습한 뒤 사용자 질문에 적합한 답변을 생성하는 등 좀 더 고도화된 기술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과 시간을 보내지 않은 챗봇은 그저 지금처럼 알고리즘으로 대화를 처리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충분히 학습된 QA 엔진이야말로 ‘챗봇을 챗봇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Understanding, NLU) 기술의 완성도도 챗봇의 완성도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다. 자연어 처리란 인간이 발화하는 언어 현상을 기계적으로 분석해서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거나 컴퓨터가 이해하도록 만들어진 형태를 다시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쉽게 말해 “아내에게 10만 원을 보내줘”라는 문장을 인공지능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문장의 형태소와 개체명을 인식하고 구문을 분석해 전체 문장의 문맥을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을 NLU라고 통칭하는데, 아직까지 국내에 도입된 상당수의 챗봇은 이 기술이 완벽하게 구현됐다고 보기 어렵다. 챗봇이 수많은 자연어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학습량이 주어지지 않았고, 그마저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학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인공지능 서비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국내 금융권이 도입한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는 사투리나 속어, 함축어 등 실제 사용자의 대화 습관이 반영된 언어를 그대로 이해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말귀 알아듣는 음성인식 기술’이 그 자체로 홍보 포인트가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이 역시 음성인식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STT라는 인공지능 엔진과 NLU의 완성도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STT는 Speech to Text의 약자로, 사람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술을 뜻한다.

결국 챗봇이든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이든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각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인공지능 엔진들의 품질과 각 엔진이 이루는 구성의 완성도가 관건이다. 한 마디로 얼마나 많은 학습 데이터를 충분히 학습한 인공지능 엔진이냐에 따라 그 성능이 갈린다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 금융권 챗봇에 도입된 QA, STT, NLU 등 각 엔진이 완전하게 학습되지 않았을뿐더러 각 인공지능 엔진을 결합하는 역량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금융권이 기대하는 수준의 챗봇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엔진 하나하나의 높은 완성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한 일정 기간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축적된 빅데이터가 인공지능 각 엔진의 학습 데이터로 활용된다. 이 데이터를 상당 기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야 인공지능 엔진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엔진의 기술력과 학습 기간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갖추는 것만이 지금의 불완전함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이는 검색 알고리즘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인공지능 엔진과 학습이 관건

마인즈랩의 경우, 챗봇을 구현하는 다양한 인공지능 엔진들의 완성도를 높여 이 엔진들을 조합한 인공지능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선두 업계의 인공지능 플랫폼에 맞서 1단계 개발을 마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엑소브레인(Exobrain)을 결합해 학습 성능과 기능 면에서 더욱 강력해졌다. 기계 독해(Machine Reading Comprehension)를 바탕으로 학습해 강력한 QA 기능을 갖춘 엑소브레인은 현재 금융은 물론 특허, 법률 등 전문 산업 분야에 적용될 수 있도록 2기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구현되는 마인즈랩 챗봇 서비스의 경우, 강력한 의도 분류 성능과 멀티턴(Multi-turn) 대화 학습으로 인해 더욱 자연스러운 대화가 특징이다. 웹 페이지뿐 아니라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라인 등 다양한 메신저로 연동되며 대화 내용을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채팅으로 대화하는 챗봇 형태가 아니더라도 콜센터 등 기존 고객센터의 상담 업무를 효율화하고 잠재 위협요소를 관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솔루션도 고려해볼 만하다. 마인즈랩의 마인즈 VOC(Voice of Customer, 인공지능고객센터) 서비스가 그 예다. 기업이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직접 획득한 콜 로그(Call Log) 등 다양한 VOC 데이터는 마인즈랩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한 플랫폼에서 음성인식 후 분류되며, 클라우드 서버에서 이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기존 인바운드 상담, 텔레마케팅, 품질보증 업무를 효율화하고 잠재적인 위협요소를 감지 및 관리할 수 있다. 실시간 STT를 통해 상담 내용 전체를 즉시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고객 불만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고객 서비스 운영 프로세스의 전반적인 개선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들은 기존 콜센터 업무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했다.

‘챗봇으로 인간 상담사보다 똑똑한 서비스가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현재까지 구현된 수준의 챗봇을 두고 대답하자면 ‘No’일 것이다. 그러나 챗봇을 비롯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똑똑하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인공지능의 학습력에 있다. 인공지능은 학습 데이터를 끊임없이 학습하며 이를 통해 이전보다 더 나은 수준으로 진화할 수 있다. 결국 지금 수준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챗봇을 위해서는 이 챗봇을 열심히 학습시켜야 한다. 학습을 위한 충분한 기간은 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챗봇으로 대표되는 치열한 금융권 인공지능 서비스 경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결국 누가 얼마나 더 탄탄한 인공지능 엔진을 보유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충분한 양의 데이터로 충분한 시간 동안 학습시켰는지에 따라 승자가 판가름 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장 완성된 형태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 축적이다. 인공지능이 더욱 똑똑해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학습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쌓아 나가는 것이다. 지금 각 금융업계에 도입된 초보 단계의 챗봇이 가지고 있는 첫째 과제는 부지런히 학습 데이터를 모아 나가는 데 있다. 그래야 이를 끊임없이 학습하며 서비스의 성능을 높이는 데 주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지능’인 이유는 학습할 수 있어서다. 금융권에 도입된 인공지능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나 똑똑하게 주어진 데이터를 학습했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질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이다. ‘상담원보다 똑똑한 챗봇’이 가능하게 하려면 인공지능이 부지런히 학습하면서 질의응답 하고 자연어를 처리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엔진’과 ‘학습’에 인공지능 서비스의 모든 것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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